1. 작가의 말

2. 하노이 흐리고 가끔 비

3. 상사화 꽃 다 지고

4. 겨울 바다 잠시 비 내리고

5. 아웃 오브 아프리카

6. 암보셀리 그 사바나의 새벽

7. 신밧드의 모험

8. 시실리에서

9.  배꽃 그림자

10. 꿈꾸어 주는 사람

11. 흔적 또는 물거미 집

12. 허공 중에 배꽃 이파리 하나

13. 해설

 

작가의 말

내 역마살(驛馬煞)의 여정, 잠시 작은 간이역에서

 

 

여행이란 언제고 끝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가슴 두근거리며 여정에 오릅니다.

이 일탈(逸脫)욕구가 어쩌면 우리들 본질적인 자유에 대한 꿈꾸기이겠지요.

외연적 억압, 인연의 굴레, 일상, 혹은 존재 자체에 대해서까지도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이 충동은, 근원적 자유에 대한 모색이면서, 생각하면 여행의 끝처럼 결말이 예고된 나락과 우리들 삶에 대한 허무의 확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떠나고 싶고, 떠나야하는 피할 수 없는 이 모순은 차라리 업이며, 역마살입니다.  

작가가 한 권의 책을 묶는다는 것은 이 여정의 과정,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는 간이역일 것입니다.

<허공 중에 배꽃 이파리 하나>는 내게 소설집으로 여섯 번째 책입니다.

지상에 남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자각과 함께 최근 2, 3년간 내 영혼의 방황과 모색, 여정에 대한 보고서인 셈입니다.

실제적으로도 여행을 꽤 했습니다.

달이 떠오르는 아마존 강, 음습한 수초에서 인디오들과 악어잡이도 해 보았고, 몽골 바양고비 초원의 새벽, 장작불이 타고 있는 ‘겔’ 천장 꼭대기로 기어들던 주먹 만큼씩한 새벽 별 앞에서 울먹인 적도 있습니다. 안데스의 마추픽추, 그 잃어버린 도시의 한켠, 장의석 앞에 서서 천길 골짜기를 흘러가는 우르밤바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소주를 마셔보기도 했고, 아프리카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를 멍하게 건너다 본적도 있습니다. 어느 겨울, 운남성 옥룡설산(玉龍雪山) 아래에서 나시족 늙은 샤먼과 손을 잡고 그들 제의에 함께 참가해 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속해 있는 곳의 관습과 공기와 물의 냄새가 다른 세계를 그토록 찾아 헤매고 다녔지만 그러나 결국 나는 쓸쓸한 얼굴의 나 자신과 마주 하는 것으로 그 여행이 끝나는 것을 자주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여기 수록된 소설들은 같은 공간, 같은 이미지, 같은 상황들이 때로 겹쳐 있습니다.

내 우둔한 탈출 시도가 현장법사 손바닥 안을 맴돌던 ‘西遊記’의 손오공처럼 종착지에서, 여전히 누추한 자신의 영혼을 마주하는, 똑 같은 상황을 맴돌고 있었다는 자괴와 허무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내 글쓰기의 작업이 뒤엉킨 현실에 대한 방향 제시로의 기능이나, 언어미학적 측면에서 대단한 실험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순진한 일부 독자들 가슴에 몽환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데도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 역시 압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낸다는 것은 내 자신, 내 떠돌이의 혼이 또다시 아직 남아있는 앞으로 여정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축구 4강이 결정되던 날, 이 원고를 <개미>출판사 최 대순 사장에게 넘겼습니다.

그날 출판사 사장은, 이 책도 우리 축구겉이 잘 될깁니더, 그렇게 말했지만. 무엇이 잘 될 거라는 이야기인가, 오늘의 우리 출판사정을 잘 아는데 유쾌하게 원고를 가져간 출판사에 이 책이 손해 끼쳐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2년 여름


                                                      유 금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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