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속눈썹 한 개 뽑고 나서

2. 새를 위하여

3. 숨어 있는 혀

4. 혀

5. 쥐고기에 대한 추억

6. 오후와 아침 사이

7. 한 마리 작은 나의 꿩

8. 파란빛 파리떼

9. 패배의 겨울

10. 만적

11. 허총

12. 하늘을 색칠하라

 

 

 속눈썹  한 개 뽑고 나서


 연지(娟芝). 그 여자를 아프리카 카이로에서 만나리라는 예상은 여행을 시작하면서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박물관 2층, 투탄카멘의 황금 마스크 앞에 섰을 때, 갑자기 나는 그녀의 섬뜩하도록 푸른빛 도는 깊은 눈을 떠올렸던 것이다.


 입구에서 곧장 2층 계단을 올라가 북쪽 끝 방인 4호실 중앙의 유리관 속에 투탄카멘의 미라 얼굴을 덮고 있던 황금의 가면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가면 속에 수분이 빠져나가 뒤틀려 말라 있었을 젊은 왕의 미라를 연상하며 섬뜩한 한기를 느끼고 있었는데…… 사실 그랬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토록 정성들여 만들었던 미이라들이 현대인들의 호기심 앞에 왜 노출되어야 하는지…… 죽음은 그게 아닌데, 그런 생각에 잠겼었다.

 이집트가 아닌 런던에서도 변색되어버린 아마포에 싸여, 북어처럼 말라 굳어있는 옛 이집트인들의 미라 수십 구를 본 적이 있었다. 대영박물관이었는데 이집트의 햇볕 강한 모래무덤 속에 누워있어야 할 그들이 습기 축축한 영국의 안개 속에서 왜 부식되어가야 하는지 그때도 그런 상념에 젖었었다.

 투탄카멘 왕의 미라는 엄청난 양의 부장품들만 태양 아래 드러내 놓고 본래의 ‘룩소르’ 무덤 속에 누워있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마치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쪽을 살폈지만 관광객들의 시선은 그림엽서나 이집트 파피루스에서 자주 그려있어 눈에 익은 황금마스크에 쏠려 있을 뿐 내 쪽으로 보내는 시선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인솔자들은 제각기 자기들 언어로 설명에 열중하고 있었고, 까맣고, 파란, 잿빛의 눈동자들은 그 눈동자 색깔만큼 다른 자기들 생각에 빠져있는 듯이 보였다.

 가면 속에 누워 있던 왕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저 가면의 안쪽에, 혹은 수분이 빠져나간 육신의 어느 한쪽에, 아니면 어둠 속에 영원히 누워있기를 원했던 왕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잠을 깨우고, 또 구경까지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분노와 저주를 보내며 우리 머리 위를 떠도는 것은 아닐지. 그때 언뜻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왔고, 동시에 나는 반사적으로 연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사실 연지에 대한 생각은 뭄바이에서 나이로비를 향하던 인도비행기에서도 두통처럼 나를 떠나지 않았었다. 그녀, 연지는 친구 원(遠)과 늘 같은 기억의 궤도 속을 떠돌았으니까.


 오늘 아침 타리르 광장을 지나면서 우리가 탄 미니버스가 대형 관광버스와 접촉사고가 나서, 두 운전사의 실랑이를 구경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모래먼지 속에 섰을 때 귓바퀴 부근에 느꼈던 시선이 연지의 것이라는 상상은, 그러나 무리였다. ‘바쿠시시, 바쿠시시’. 남루한 누더기의 소년 둘이 불쑥 그때 내 앞에 손을 내밀었고, 광장 전체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와 모래먼지, 당나귀들로 뒤엉키는 듯 싶었는데. 가이드가 무슨 말로인가 소년들을 쫓아 버리고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앗 살라무 알라이쿰’. 엉겁결의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쿡 웃었다. 그리고는 ‘라’에 액센트가 들어가야 됩니다. 대답은 ‘와 알라이쿠뭇 살람’ 하면 되구요. 저 친구들 화해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나 재볼까요? ‘바쿠시시, 바쿠시시’. 거지 소년들이 다른 일행 앞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무렵 연지는 이미 나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뒤엉킨 마차와 사람들, 모래먼지 속에서 가이드는 손목시계를 들어 보였다. 자요, 보세요. 조금 있다가 인샤알라. 인샤알라. 그러고 나면 끝나니까요. 쟤들 원래 그래요. 카이로에 온 지 11년째라는 삼십대 후반의 가이드가 자신 있게 말하고는 웃었다. 거리에서 장님 많이 보셨지요? 저기 벽에다가 사람 눈만 그려진 건물, 저게 안과 병원인데요. 이곳 사람들은 눈병이 많아서 저렇게 눈 그려진 병원이 많거든요. 장님이 되어도 그렇답니다. 그저 인샤알라. 알라의 뜻인데 불평할거 없다는 거죠. 저길 보세요. 가이드는 백인들이 잘 하듯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정말 두 운전기사는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미소를 보이면서 헤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유리창이 선팅이 되어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대형버스의 창문을 통해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라에 대한 연상 때문일 수 있었다.

 고고학 박물관답게 1층 입구에 들어서면서 람세스 2세와 멘카우라 왕, 미야우와 상카프라 왕자상, 나무로 만든 카페르 동상을 지나면서도 난 그저 관광객의 기분이었다. 잠시 원(源)에 대해서, 그의 죽음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32호실 중앙에 아름답게 채색된 1미터 가량 높이의 라헤테프와 네펠트 좌상을 지나면서 나는 의도적으로 한 켠에 덮어두었던 원의 부재를 다시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원에 대한 나의 막막한 그리움과 연지의 푸른빛 도는 깊은 눈은 결국 맞물려 돌아가는 돕니 같아서 그 어느 한쪽을 뇌리에서 지우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나는 김포공항을 빠져 나오면서도 느끼고 있었다. 친구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 마주 앉아 침을 튀겨가며 내뱉곤 하던 그의 욕설을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오후 같은 때, 혹은 심각한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아, 나 지금 소주 먹어야겠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친구의 완벽한 부재를 확인하고 났을 때, 그렇다면 연지는 지금 어디 있지? 까마득히 잊었던 한 사람 여자가 사실은 내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음을 발견하고 놀랐다.



 “용샘골(龍井里) 은 이제 아무 데도 없어. 그 공간 자체가 시간 속에서 소멸된 거지. 잡초더미에, 농약냄새에, 샘물도 이젠 썩어버렸고, 만약에 그 장소가 그대로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 자신이 오염되어서 안돼.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지금 우리가 보리 낱가리 속에 굴 파고 들어가서 가슴이 콩콩 뛸 수 있어? 속눈썹 한 개 뽑고 그 뻘건 뱀딸기를 먹고, 능구렁이 한 마리 죽여 놓고 무서우니까 또 속눈썹 한 개 뽑고…… 결국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거라고, 심각할 거 없어, 술이나 마셔.”

 관상동맥 폐색증.

 예고 없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에도 원하고 술을 마셨고, 유년의 자잘한 기억들을 오랜만에 마른 문어발을 씹듯 반추하면서 그 기억의 일부에 공통으로 살고 있는 연지를 화제에 올렸었다.

 “기억 나? 연지 엄마 목욕하는 거, 훔쳐보고 도망 오다가 넘어져서.”

 순간 우리는 너무 갑작스레 웃음이 터져 입안에 들었던 음식을 뱉어내고 손수건으로 눈물까지 닦았다.

 “머리통이 깨져 피를 흘리면서도 덜덜 떨어가며 속눈썹을 이번에는 두 개씩은 뽑아야 한다고…… 아마 눈썹을 반이나 안 뽑았는지 몰라. 머리통에다 된장을 바르고 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얼마나 엉덩이를 얻어맞았는지.”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조금씩 다르긴 해도 비슷한 금기의 기억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그 무렵 지켜야 할 꽤 많은 금기사항들이 있었다. 어두워진 뒤에 손톱 발톱을 깎아서는 안 되었으며, 성황당 곁을 지나갈 때는 반드시 돌멩이 한 개를 돌무덤 위에 얹어 놓고 가야하고, 뱀을 죽일 때는 꼬리 부분이 다시 살아나서 장독대의 고추장이며 된장에 독을 푸는 해꼬지를 하지 않게 꼬리를 완전히 죽여야 하고, 어른들 신발을 넘어 다녀서는 안 되고…… 여자가 아침 일찍 남자 앞을 지나가면 재수가 없고, 애를 낳아서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놓은 집 앞에서 그 황토 흙을 밟아서는 안 되고, 지렁이 밭에 오줌을 누었다가는 고추가 어른 것처럼 부어 올라 커져서 큰일나소, 그래서 절대 안 되고, 안 되고, 안 되고, 안 되고…… 그 안 되는 것 중의 한가지는 뱀딸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산딸기와 들딸기가 줄기와 넝쿨에 열리는 것과는 다르게 물기 많은 음습한 습지에 유독 새빨간 색깔의 오돌오돌하게 한 개씩 열리는 그 뱀딸기는 뱀과 입을 맞추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되는 열매였다. 실제 뱀이 그 빨간 딸기를 먹거나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 뱀딸기가 있는 축축한 지역에는 뱀이 많았다. 한두 마리가 있기도 했지만 더러 수십 마리가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 또래 심한 개구쟁이들도 그 엉켜있는 빔들을 한꺼번에 때려죽일 용기는 거의 없었지 싶다. 그런데도 우리는 밍밍하게 아무 맛도 없는 그 빨간 뱀딸기를 더러 먹었다. 비위가 돌 것 같은 그 이물거리는 맛 때문에 금방 뱉어 버리곤 하면서도, 혹시나 이번만은 기가 막힌 맛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나도 원이도, 연지도 곧잘 그 빨간 열매를 입으로 가져가곤 했다. 그런 다음 우리는 틀림없이 후회하면서 속눈썹 한 개씩을 뽑아서 바람에 날렸다. 다른 마을에서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뱀딸기를 먹은 사람은 반드시 속눈썹을 한 개를 뽑아 바람에 날려보냈다. 지켜야 할 다른 금기를 어겼을 때도 어김없이 속눈썹을 뽑아 손바닥에 놓고 그것을 입 바람으로 멀리멀리 날려보냈다. 학교 시작시간 때문에, 죽인 뱀 꼬리를 완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왔을 때도 그랬고, 진짜 재앙이 오는가 두고보려고 성황당 돌무덤에 돌멩이를 얹지 않고 그냥 지나온 후에도 우리는 후회하며 속눈썹을 뽑았다.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휘영청 달이 떠오르자 며칠 전에 보아 두었던 마을 뒤 오리나무 가지의 뱁새 집 생각이 아마 우리 둘 사이에, 거의 동시에 떠올라 왔던 듯 싶다. 우리는 숨이 헉헉거리도록 뛰어서 마을 골목을 빠져 나왔고, 숲길에 들어섰을 때야 원이 앞서,

 “새끼 깠으면 그대로 두자. 조금 큰 뒤에 어미하고 몽땅 잡는 거야.”

 하고 소곤거렸다. 얼굴이며, 팔꿈치며 목덜미에 나뭇잎에 묻었던 빗방울들이 기분 나쁘게 스치곤 했는데 원이 내 팔을 가만히 끌어 당겼다. 연지네 신당(神堂)이었다. ……무슨 일이지? 평소에도 그 앞을 지나기가 꺼려져서 멀리 돌아다니곤 했던 개울가의 신당에 불이 켜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발소리를 죽여 오리나무 숲을 돌아 흐르는 냇물로 다가갔는데 놀랍게도 그 냇물에서 연지 엄마가 막 목욕을 끝내고 냇물 둑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연지 엄마는 달빛 아래서 그대로 한참을 서 있었는데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내려가 그 여자의 온몸에 이상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우리는 소리를 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원이 내 팔을 가만히 끌어당겼다.

 “가 보자. 신당에 누가 왔나 보자.”

 그가 앞서 소곤댔다.

 신당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이상한 짐승소리 같은 것이 새어나와 우리는 덜덜거리며 침을 발라 문 종이를 뚫고 거기에 눈을 가져갔다. 정면 벽에 붙어있는 그림 속의 호랑이를 탄 노인이 창호지 사이로 새어든 푸른 달빛 속에서 무섭게 나를 노려보았다. 그 그림 아래, 방바닥에 벗은 채로 연지 엄마가 꼭 뱀 같은 모습으로 온몸을 비틀며 뒹굴고 있었다. 그 짐승 울음소리는 연지 엄마의 입에서 낮게 그리고 높게 그렇게 새어나왔는데 달빛이 문살을 지나면서 수십 개의 무늬로 나뉘어서 꿈틀대고 있는 연지 엄마 몸을 휘감아 출렁거리고 있어서 그것은 틀림없이 수십 마리, 수백 마리의 뱀이 뒤엉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도망쳐 왔는지, 나는 바지에 오줌을 싸 버렸고, 원이는 언덕을 굴러 뒤통수를 돌 뿌리에 찢기어 피가 속고 있었다.

 “연지 아부지가 온 거다. 수백 마리 구렁이로 변신을 해 가지고…… 이건 죽을 때까지도 누구에게 말하면 안 된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이 소문을 알면 우리는 구렁이한테 감겨서 혓바닥을 뽑혀 죽는다. ……아니다. 우리 식구들까지도 가만 둘 리가 없어.”

 나는 너무도 무서워서 열 번도 더 새끼손가락을 걸어 오늘 밤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 않기로 약속을 하고 턱을 떨면서 그의 동의를 구했다.

 “우리 속눈썹 뽑자. 한 개 말고, 두 개…… 아니다, 더 많이.”

 우리는 그 후 얼마 동안을 연지마저도 우리 곁에 못 오도록 쫒아 버리곤 했는데 그 사건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해서 원이 불쑥, ‘연이 느이 아버지 구렁이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파랗게 변하던 얼굴빛이며, 우리를 쏘아보던 눈의 퍼런 불꽃을 나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다.

 “뱀이 섹스의 상징인 건 동서고금이 마찬가지야. 성경에서도 우리 고전의 구지가(龜旨歌)에서도 맨 날 뱀이란 놈이 대가리를 들고 있거든. 그래서 그것은 다시 터부와 맞물리게 되어 있고, 생각하면 뱀딸기 같이 그토록 유혹적인 색깔의 열매를 다시 본 적이 없는 듯해.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이 전혀 거부감 없이 자연상태로 놓여진 세계가 선악과 이전의 완벽한 낙원의 개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 불행히도 우리가 자라 온 용샘골 역시 지명만 남아 있을 뿐 모든 게 소멸되었어.”

 오랜만에 만난 원은 그 날 저녁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십대를 지나면서 시인이 되었고, 그전에도 요설스러운 데가 있었지만 시인이 된 뒤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지 그 애, 대단히 색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것 같지 않어? 뱀딸기를 오기처럼 따먹고 속눈썹을 뽑고 있을 때 그 애 눈을 보면 소름이 끼쳤었어.”

 “…….”

 “이번 겨울, 우리 아프리카 쪽에 한 번 가자고. 좋지? 연지한테도 연락해 가자고. 저희 신랑도 동해하자면 될 거 아냐? ……용샘골은 우리 절망의 확인 장소로 아껴 놓고, 어때? 환상일지 몰라도 아프리카는 그래도 우리가 다 잃어버린 꿈을 흔적만이라도 간직하고 있을 듯 싶거든. 그럼 결정된 거야.”

 그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아프리카 여행을 그저 술자리의 농담으로 치부하고 말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를 묻으면서, 그것도 충청도 공주 쪽의 관습에 따라 진눈깨비 오던 제 선산 마루에서, 서울에서 운구해 간 그의 관 뚜껑을 다시 열어 끝없이 진눈깨비가 기어드는 맨땅에 그를 눕히고, 한쪽에서 관을 태우면서, 그래 다 잃었어. 새마을운동으로 가난 쫓아내느라고 가슴 한쪽 잃고, 지랄 같은 세월, 네, 네, 할 수만도 없어서 다른 한쪽 가슴 잃고, 말짱 우리의 꿈을 불도저와 최루탄 연기로 해서 화석이 된 거야. 그의 눈물 방울이 뚝, 그때 그의 술잔에 떨어지고 있었음을. 나는 어금니를 어드득거리며 꿈 많던 한 젊은 시인의 죽음이 아니라, 나의 유년마저 몽땅 이끌고 지금 언 땅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내 친구를 향해 욕을 퍼대고 있었다.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쥐불알 같은 놈, 해삼, 멍게 사촌 같은 놈. 이건 말도 안 된다. 말도, 말도, 상상도, 상상도 안 돼. 눈 덮인 킬리만자로 이야기한 지가 언젠데 네 맘대로…… 진눈깨비에 자꾸만 사위어드는 불꽃을 일궈 내느라고 내 얼굴은 콧물, 눈물, 잿물이 범벅이 되어갔다.


 “우리 지금 삼류 소설 쓰고 있는 거 아니지?”

 호텔 힐튼 1층 로비 한쪽에 붙어있는 작은 바에서 거짓말처럼 연지를 마주했을 때, 나는 도리어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질렀다. 카이로의 1월은 낮 동안 먼지와 쓰레기 냄새로 더웠고, 밤이 되면서 견디기 좋은 만큼 선선해졌다. 나이 든 백인 부부가 두 쌍, 실내는 한가했다. 맥주를 혼자 따라 마시던 나는 예의 뒷 목덜미에 와 박히는 시선을 느꼈고, 입구의 기둥 뒤에 숨어 나를 훔쳐보는 여자가 연지인 걸 확인한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네, 정말 오빠였어, 연지는 온몸을 후들후들 떠는 듯이 보였다.

 “알 함두 릴라. 아자이얏쿠 엔타?”

 “혹시나, 혹시나 했었는데……”

 새벽 미명 같은 그녀. 깊이 모를 눈이 젖고 있었다.

 ……기가 막히는군 그래. 같은 호텔에 들었고, 오전에는 비슷한 코스로 시내에 있었고, 같은 시간에 고고학 투탄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보았고…… 우린 서울에서도 만나지 않았어. ……알아. 원이 오빠가 전화를…… 여행을 같은 팀으로 해서 아프리카에를 겨울에 가자고 너무 급작스러운 전화여서 원이 오빠만 거의 20여분을 떠들어서…… 깊은 생각을 안 했는데…… 원이 오빠가 세상을 떠난 걸 안 건 보름쯤 전이었나, 시가 잡지에 실린 유고 시를 우연히 보고…… 너무 믿기지 않아 고향엘 가 봤어. 원이 오빠가 사람들을 놀리느라고 거기 시골에 숨어있을 것 같애서.

 “있었어? 거기? 뱀딸기 따먹다가 네게 들켜서 속눈썹 뽑으며 있던?”

 목구멍이 매캐하게 막혀 와서 나는 얼른 따라 놓은 맥주를 들어부었다.

 “나도 가서 같이 가서 묻었다. 진눈깨비 오는 날…… 마실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시는 건 눈썹 한 개 뽑아야 되는 거고, 더구나 여자가 외간 남자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건…… 그래 두 개 뽑는 거지. 간신히 연지는 눈물을 찍어내고,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도무지 얼마 만인가. 용샘골을 떠나온 후 정확히 내가 입대를 한 날을 기준으로 우리 세 사람은 용샘골에서 같이 만난 적이 없었다. 내 결혼식 날 결혼식장 복도에서, 그것도 기둥 뒤에 숨었다가 눈이 마주친 뒤에야 배시시 웃으며 나타났었고, 그리고는 원의 첫 시집이 출판된 날, 그리고 두세 번인가 더.

 우린 용샘골을 떠나온 후 기껏 다섯 번인가를 만났었다. 그것도 두 사람만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고…… 그것은 객관적으로 15년 세월이 더 끼였다. 공유된, 추억의 시공(時空)은 세 사람이 동시에 들어 올려야 하는 무게의 뚜껑을 지니고 있어서, 몇 백 년 잠 속에 누워 있던 공주가 백마의 왕자가 입술을 대어야만 깨어날 수 있듯, 그 강인한 각질의 뚜껑은 연지와 내가 둘만 만나서는 열리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을 터였다. 우리 둘은 두 사람의 힘만으로 그 세월의 뚜껑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듯 이집트 산의 맥주를 말없이 들이켰다.

 “호두 따 준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왼발 복숭아씨 크게 다쳤었는데…….”

 그녀 눈길이 내 발을 향했다.

 내 눈도 그녀 운동화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피라미 잡아 가지고 네 신발에 담아오느라고 너, 신작로 길을 맨발로 걷다가 유리조각에 발바닥 찔렸었다.”

 그녀 입은 웃고 있는데도 그녀 눈이 다시 젖어버렸다.

 “오빠네 집 무화과나무, 지난번에 보니까 죽었어. 참 아무 것도 없었어. 나야, 고향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오빠네 집도 없어지고, 원이 오빠네 집도 다른 사람이 살고, 원이 오빠는 아무 데도 없었고…… 혹시나 하고, 엄마 무덤을 찾아가 보았는데 못 찾았어. 풀만 우거지고……하기야 우리 어머니는 내가 찾아간 거 도리어 싫었을 거야……너, 오늘은 눈썹 몇 개 뽑았냐? 눈썹 다 뽑으면 너 문둥이 되는 거 몰라? 원이 오빠는 다 큰 뒤에도 나만 보면 키들키들 웃으며 놀려댔는데. 그래, 그 생각도 나네. 왕벌 집 태우러 간다고 석유 훔쳐내다가 바위굴 아래에 불 피웠던 일, 그때 오빠가 왕벌에 쏘였었나? 아니면 원이 오빠였나?”

 ……그녀의 눈물 방울이 그녀 맥주 잔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런 쑥맥. 딱지도 안 뗀 숫총각이면 나를 못 잊지. 도망가긴 어딜 가? 내가 특별 개인교수라니깐. 사내고 계집이고 첫 관계 상대는 못 잊는 거라구. 그럼 못 잊고 말고…… 가만, 가만, 있어봐. 이런 쑥맥.”

 청량리역에 내리자마자 기다리던 원은 역전 대포 집으로 나를 끌고 가 맥주 컵 두 개에다 소주 한 병씩을 넘치게 따랐다.

 “먹어. 군대는 내가 대선배니깐 뭣으로 뭣 까라고 안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고, 형님하고 먹어야 한다고. 노털카로다, 쫙 마셔. 석 잔씩은 이렇게 먹어야 하는 거라고. 첫 잔은 고향 같은 것 싹 씻는 잔이고, 두 번째는 사람이었던 것 완전히 잊는 잔이고, 마지막 잔은 군인인 것도 잊는 잔이고…….”

 역 광장의 가로등 불빛이 안개가 낀 듯 흐려졌었지…… 부우옇게, 부우옇게, 더욱 부우옇게 섞여가다가 모든 불빛은 소용돌이치며 하나가 되어 갔어.

 “……너, 이 총각 놈 딱지 좀 떼 줘라. 낼 아침 날 샐 때 이 친구 쌍 코피 팍 안 쏟으면 너, 국물도 없을 줄 알고. 그래도 너무 함부로 다루지는 마라. 귀한 집 도련님이니깐.”

 원하고 그 날 이야기를 다시 화제에 올린 적은 없었다.

 이튿날 고향을 향하는 버스 속에서 지독한 두통과 구토에 시달리면서 연지를 만나 물어보리라 생각했다. 입대하기 전날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고향 친구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취해 업혀와서 쓰러져버린 그 새벽녘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 아니냐고. 아니 그 날 새벽 혹시 네가 내게 무슨 일을 저지른 게 아니냐고.

 훈병생활과 자대 배치 후 첫 휴가 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입대 전 원과 더불어 떠들어대었던 추상적 사념들이 얼마나 속절없는 것이었는지. 유년시절 겁이 나면 한 개씩 뽑곤 했던 속눈썹의 추억이 얼마나 사치한 것인가에 대하여만 자책했었다. 사르뜨르가, 키에르 케고르가, 니체가, 미시마유끼오가 다 무슨 말라빠진 무말랭이며, 존재와 실존의 거리, 장자(壯子)의 무위자연이, 아, 30분만 더 잘 수 있다면, 아니 10분만 더 잘 수 있어도…… 그랬다. 그 모두를 다 바꾸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연지. 그 창호지 문살로 새어 들어오던 달빛을 받아 섬뜩 뱀에 휘감겼나 움찔했었는데, 그랬다. 배꽃 빛깔의 달빛에 씻긴 네 머리칼의 감촉이 써늘했다. 들떠 있었던 볼과 입술의 열기 때문에 차가움과 뜨거움이 번갈아 가며 내 얼굴을 간지렵혔다. 불과 얼음. 꿈을 꾸었을까.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는데 넌 한숨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한 시간만 더 있다가 밝아졌으면…… 그래 넌 더 어렸을 때도 나무 뒤 같은 데 몸을 감추고 턱을 목으로 끌어내려 고개를 숙인 듯한 자세로 밤하늘의 그 깊이 같은 눈으로 나를 훔쳐보다가 나하고 눈이 맞닿으면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되곤 한 적이 더러 있었다. 바로 그 눈이 내 얼굴 위에 있음을 확인했을 때 너는 한 마리 뱀처럼 소리 없이 그 새벽의 미명 속으로 빨려가듯 사라져버렸어. 꿈을 꾸었는지. 그 날 새벽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대 후 첫 휴가의 용샘골을 향하는 버스 속에서 내내 생각했다. 혹시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 났었나에 대해 네게 물어야 한다고.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외면한 채 너의 부재를 통고했다. ……그 애 이모라던가 대전에선가 산다던데. 그 이모부라는 사람이 왔었다. 연지, 그 애도 여기에 제 피붙이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어미 죽고 나서야 이 용샘골에 무슨 정을 붙일 일이 남아 있을라고?

 연지가 우리 집에서 같이 기거한 지가 한 3년. 그녀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그녀 혼자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곧바로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었다. 평소 후덕했던 어머니는 무당 모녀라고 동네에서 더러 그들 모녀를 하시할 때도 내색 없이 대했고, 제 엄마가 세상을 떴을 때도 딸이 없는 집인데 잘되었다고 그녀를 딸 삼아 돌보겠다고 나섰다.

 그녀의 부재를 확인하고 나서 용샘골이 우리의 유년과는 상관없이 낯설어진 것을 기억한다. 원이 고향을 떴을 때보다 더 막막한 허망감이 그때 대밭 바람 소리를 내며 스무 살 가슴 한가운데를 휘몰아갔다.

 이제는 헐리고 없는 연지네 엄마의 신당이 있던 개울가로 나와 몇 번이고 다시 담배를 불에 붙이면서 그 허망함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밤늦도록 나는 생각했다.

 “술이 물 같애. 룸에 위스키 남은 거 있는데…….”

 맥주를 홀짝이던 그녀가 바를 빠져나갔다.

 “마앗 살라마.”

 아랍식의 내 인사에 바텐더가 백인들처럼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알라 호 유삿리맛쿠.”

 우리는 호텔 정문을 빠져나와 타리르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돌층계에 나란히 앉았다.

 도심의 불빛이 음울하게 흐려 보였다. 위스키 병을 받아 나는 서너 모금을 벌컥거리고 다시 그녀에게로 병을 내밀었다.

 “아수디나 이란 같은 데서 여자가 위스키 병나발을 불었다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눈썹 뽑아 가지고는 안 되고.”

 “입을 도려내나?”

 그녀가 모처럼 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도둑질하면 손을 자르고, 입으로 잘못했으니깐 입을 자르고…….”

 “저희네 들 술 만들어 파니까 여기서는 입 도려내진 않겠지. 아, 하마우 마슈이라고 새끼비둘기구이. 들어 봤어? 안주로 그만 이라는데.”

 도대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연지와 이 카이로의 돌계단에 앉아 기껏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는가.

 나는 다시 벌컥거리며 몇 모금 들이켰다.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싸아한 전율이 가슴 한가운데를 스치며 지났다.

 “놀랐어? 여기서 만나서?”

 “누굴 만나러 온 거야? 여기까지 날 만나러 온 건 아닐 거고.”

 “오빠 이쪽으로 여행 온 일정 확인하고, 원이 오빠 영혼도 아무래도 이쪽을 떠돌 것 같았고…….”

 그녀도 위스키를 몇 모금 마셨다.

 ……우리, 속눈썹 한 개씩 뽑을까?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혹시나 했지만 기대 안 했어. 나도 오늘 아침에야 어제 일찍 들어온 한국 관광객이 같은 호텔에 들었다고 해서 혹시나 했었는데…….”

 그녀 역시 내게 우리 속눈썹 두 개씩 뽑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닌지.



 갑자기 그녀가 두 손으로 내 팔을 움켰다. 어둠 속에서 둘, 넷, 여섯, 사나운 불빛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들개 떼였다.



 낮 동안 꼬리를 뒷다리 사이로 사리고, 음침한 곳에서 숨어 있던 들개 떼 가 어둠과 함께 무법자들처럼 카이로의 거리로 진출한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녀석들을 보면 무조건 발길질을 하거나 돌멩이를 던진다고 했다. 사막에 내다버린 저희 조상의 시체를 뜯어먹는 놈들이라고 해서 녀석들을 미워하긴 해도 카이로는 또 그들과 나름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곳은 집안의 쓰레기를 무조건 길바닥에다 내다버린다. 밤이면 굶주린 들개들이 그 쓰레기를 적당히 흩으려 놓고, 아침이면 낙타며, 마차며, 자동차들이 흩어진 쓰레기들을 적당히 다져주고, 그래서 카이로의 도로들은 집보다 자꾸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견병 주사 맞느라고 죽을 고생을 한 관광객들도 있다던데. 저놈들이 다 병이 있는 건 아니라도 공격도 해오는 모양이야.”

 들개들은 우리에게 접근해 오진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퍼렇게 야광으로 빛나는 그 눈들은 분명 적의를 띠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여기 사람들은 개고기 안 먹나? 오빠는?”

 “나도 안 먹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놈들은 쓰레기를 뒤지고 그러다가 우리에게 다시 적의를 드러내고, 아마 밤새 그럴 모양이었다. 어느새 연지의 두 손이 내 팡 하나를 완전히 감고 있었다.

 “집에서 기르지도 않고, 잡아먹지도 않고, 미워하면서도 총 같은 것으로 쏘아서 전멸시키지도 않고…….”

 “인샤알라. 다 신의 뜻이겠지.”

 사막지대의 건조한 공기가 밤이 되면서 나일강 쪽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머금어 조금씩 축축해져 갔다. 내 목덜미에 닿아있는 연지의 머리칼이 나일강의 차가운 습도를 전해 왔다. 입대하기 전날 그 새벽 내 얼굴 위에서 흔들거리던 그 써늘한 냉기가 잠시 다시 느껴졌다.

 “황구 생각 나. 오빠네 집 그 누렁이.”

 연지가 낮게 한숨 소리를 냈다.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까.

 내 어깨에 기대어 있는 연지의 머리칼을 나는 가만히 쓰러 내렸다.

 시내 골목길에는 낮에도 들개들이 눈에 더러 들어왔다. 녀석들은 사람들이 발로 차거나 돌멩이를 던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사람들과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몸을 사렸다.

 “그때 황구가 아버지 엽총을 맞고 쓰러졌을 때도 넌 눈썹을 뽑았어. 넌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짐승은 너무 오래 키우는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와 매일을 뒹굴어 온 누렁이를 아버지는 내가 없는 사이 멀리서 온 개 장수에세 팔아 버렸다. 황구가 없어진 걸 알고 나는 이틀을 꼬박 울고, 그러다가 기진해서 펄펄 열이 올라 쓰러져 버렸었다. 나를 달래다가 지친 아버지는 어디로 향했는지도 모를 떠돌이 개장수를 찾아 집을 나섰고, 개장수를 만나지 못한 아버지는 하루가 지나고 나서 삽살 강아지 한 마리를 사 안고 해질 녘 대문을 들어섰다.

 황구가 없어지고 나서 닷새 째였다.

 저녁이 되고 있었다. 마당 귀퉁이에 열이 오른 얼굴을 무릎에 묻고 쭈그리고 있던 나는 갑자기 튕기듯 일어섰다. 저녁 어스름을 배경으로 흙투성이의 늙은 개가 뒷다리를 끌며 죽을힘을 다해 내게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한 때문이었다. 황구였다. 황구야. 나는 목이 터져라 황구를 부르면서 두 팔을 벌렸다. 헐떡이며 뛰어오던 황구가 무슨 일인지 잠시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뒷걸음을 시작했다. 황구의 한쪽 눈이 찌그러져 핏물이 엉켜 있었다. 주둥이도 심하게 다친 듯 한쪽이 일그러졌고, 우선 며칠 사이 녀석은 몰라보게 말라 있었다. 황구야. 내 울먹이는 부름에 잠시 한쪽 눈으로 나를 올려보던 황구는 몸을 돌려 절름거리며 산 쪽을 향했다.

 대문을 들어서던 아버지도 황구를 발견한 듯, 저 녀석이, 저 녀석이, 말을 잇지 못했고, 안고 왔던 강아지는 땅바닥으로 흘러내리듯 미끄러져 내렸다. 아버지와 나는 망연하게 황구가 사라져 버린 오솔길에 내려앉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오솔길의 흔적이 어둠에 섞여 버렸을 때 나는 아버지 품속을 파고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다시 열이 치솟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황구의 밥그릇에 여러 날 누룽지를 가득 부어주곤 했는데도 황구는 집 주위에서 잠깐씩 모습을 보였을 뿐,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배가 고파 송장을 파먹은 거래. 전쟁 때 숱하게 그런 일, 어른들은 많이 봐왔다는데. 전쟁통에 피 맛을 본 놈들은 주인한테 못 돌아와. 저도 지은 죄가 있으니 옛 주인한테 못 오는 게지. 그래서 개들을 영물이라 하잖어?”

 원이 내게 말했다.

 “거짓말 마.”

 나는 주먹으로 원의 가슴팍을 내지르며 악을 썼다.

 “한 번만 그런 말 해 봐. 너, 황구는 임마, 우리 황구는, 황구는…….”

 황구는 때때로 밤늦게 울타리 뒤에 와서 낑낑거리며 울었다.

 그러나 식구 중에 나가기라도 하면 녀석은 금방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해질녘이면 황구가 집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앉아서 집 쪽을 멀그머니 바라보는 일이 생겨났다. 가끔 내게만은 고개를 들어 보이는 듯 했지만 절대로 더 이상 집 가까이 내려오진 않았다. 날마다 황구는 눈에 띄게 마르고 초췌하여 기운이 없어져 보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어느 날 밤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선언을 했다.




 며칠 후 아버지는 어디선가 쥐약을 구해와서 구운 생선 배에 밀어 넣은 뒤 황구가 황혼녘이면 우리 집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놓고 오셨다. 그 날 황구는 우리 집 쪽을 바라보며 우우우우 이상스럽게 울었지만 쥐약 넣은 생선을 먹지는 않았다.

 다시 아버지는 당시 면장을 지냈던 큰아버지와 엽총을 경찰서에 가서 특별 허가를 얻었다며 빌려 왔다.

 “저도 괴로워 그렇다. 우리 식구들 못할 일이고…….”

 저녁 노을이 그 날은 유별나게 그렇게도 고왔는지. 아버지가 황구가 앉아 있는 언덕배기 반대편을 무릎걸음으로 다가가고 있었을 때 나는 내 몸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줄줄 녹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발, 제발 빨리 도망가라. 제발 황구야…… 나는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그때 연지, 넌 속눈썹 한 개를 뽑아서 손바닥 위에 얹어 놓았었다. 오빠도 하나 뽑아, 네 소근거리는 작은 소리에 섞여서 ‘탕’ 하는 한 발의 총성이 내 유년의 꿈 한 자락을 찢으며 노을 속을 메아리쳐 갔다. 꿈의 한 자락이 갈갈이 찢겨 흩어지는 모습을 하는 어느 시점(視點)에서 그토록 선명히 쓰다듬고 있던 모습도 나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내려다 본 것 같은데 그 기억은 또 어떻게 된 것인지.

 “술 남은 거 이리 줘.”

 황구 묻힌 곳을 알아 온 게 원이었고, 그 날 보슬비를 맞으면서 우리 셋은 음산한 골짜기의 흙무덤 앞에 풀꽃을 꺾어다 쌓아 놓았다. 연지, 넌 어디서 그토록 뱀딸기를 많이 땄는지 한 대접도 더 되게 뱀딸기를 황구 무덤에 놓아주고 이상한 소리를 했다. 황구도 제 속눈썹만 몇 개 뽑을 줄 알았으면 안 죽었을 텐데……

 으슬거리며 추웠다.

 팔을 연지의 허리로 돌렸다.

 “원이 오빠는 우린 둘만 있는 거 안 어울리는 거 잘 알면서…… 여기 같이 안 있고 어디서 숨었지? 오빠, 안 그래?”

 갑자기 연지가 ‘흑’ 흐느끼면서 내 가슴 쪽에다 고개를 묻어 버렸다. 그네 눈물이 빠른 속도로 금방 내 옷을 적셔 갔다.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원래 높이가 146m였는데, 그 동안 꼭대기 부분이 떨어져 나가서 지금은 137m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스핑크스 쪽으로 있는 것이 카푸라 왕의 피라미드이고, 맨 안쪽의 작은 것이 맨카우라 왕의 피라미드이고…… 나는 가만히 일행에서 몸을 빼내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모래먼지 저 너머로 카이로 쪽의 푸르름이 환영처럼 들어왔다. 연지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황막한 리비아 사막지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엽서 따위를 사라고 금방 꼬마들이 몰려들었다. ‘무슈 아이즈, 무슈 아이즈’ 열심히 손을 내졌다가 보니까, 연지 역시 ‘무슈 아이자, 무슈 아이자’를 주문처럼 외우며 돌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듯했다. 낙타를 타라고 몰려드는 십여 명 이집트인들에 둘러싸인 뒤에야 그녀는 내게 시선을 주었다.

 “타 볼래요?”

 연지가 물었다.

 일행들은 어느새 낙타 등에 올라앉아 사진을 찍느라고 열심이었다.

 “원 딸라, 원 딸라.”

 유난히도 주름투성이 얼굴을 한 노인이 머리에 두른 낡은 천과 낙타 고삐를 한 손에 모아 쥐고, 다른 손은 손가락 한 개를 세워 열심히 우리 앞에서 원 달러를 외쳤다.

 “난 낙타가 이렇게 흉칙하게 생긴지 몰랐네.”

 낙타가 입을 끊임없이 우물거리며 무릎을 꿇고 앉자 연지는 더럭 겁이 났는지 고개를 살래거렸다.

 “눈썹 한 개 뽑지 그래.”

 그녀가 나를 때리는 시늉을 해 보이며 내 등뒤로 올라왔다. 낙타가 일어서면서 낙타의 등이 기울자 연지를 기겁을 하고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포토 파이브 달러, 포토 파이브 달러.”

 노인은 내가 ‘무슈 아이즈’ 하며 고개를 흔들자 절망적인 표정이 되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한꺼번에 시야에 잡히는 언덕에서 반대쪽으로 고삐를 잡아 당겨버렸다.

 연지의 눈이 아래로 깔리며 그러나 그녀는 설풋 웃어 보였다. 우리는 5분도 못 되어 낙타 등에서 내려왔다. 그림엽서와 원색의 그림이 그려진 파피루스를 사라고 행상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무슈 아이즈, 무슈 아이즈…… 무슈 아이즈.

 “이제 연지가 쫓아 버려, 같은 소리를 너무 해서 나, 입이 아파.”

 “다 비카무(이거 얼머죠)?”

 그녀가 1달러를 주고 엽서를 샀다.

 “원 오빠에게 붙이게요.”

 나는 오늘 사자(死者)의 거리를 지나고 나서 잠시 원을 잊고 있었는데 그녀 머리 속에서는 잠시도 원이 떠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우리 팀 인원이 여섯밖에 안 되어서 같은 호텔에 묵은 연지네 팀과 오늘 하루만은 같은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었다. 그쪽은 이십여 명이 되어 보였다. 연지는 내 앞자리에 앉아 나하고는 초면의 사람처럼 이곳 기자까지 오는 동안 내내 창 밖에만 시선을 보냈었다.

 “창 밖을 잘 보세요. 도로의 왼쪽과 오른쪽을 잘 비교해 보셔야 합니다. 틀리지요? 오른쪽은 좀 수선스럽고, 왼쪽은 좀 적막하고 집도 오른쪽은 더 잘 꾸며 잇는 듯하고, 지역도 더 높고, 왼쪽을 잘 보세요. 물론 창문도 있고, 더러 정원도 있습니다. 맞았습니다. 왼쪽의 집들이 바로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부자도 있고, 조금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미라가 되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세월을 기다립니다. 가족들이 가끔 시골 자기 부모 집에 오듯이 집에 들러 시체 곁에서 같이 자고, 먹고 그러다가 돌아가지요. 평소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은 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살구요. 가족들이 돌아가면 다시 몰려 와서 일상이 시작됩니다. 주택의 효율적 활용이라 할까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상하지만 이집트가 한두 가지만 이상한가요?”

 가이드가 설명을 끝내가 연지가 차에 오른 후 처음으로 중얼거렸다.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면 우리, 원이 오빠 보러 같이 올 수도 있었겠네?”



 쿠푸 왕의 피라미드 내부를 돌아보고, 그 날 저녁은 나일강 위의 유람선에서 일행 모두가 양식에 아랍식을 가미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비둘기새끼구이라는 ‘하마무 마슈이’에 양고기를 다져 꼬치로 만들어 구운 ‘코푸타’를 별도로 시켰다.

 욕조 같은 석관 하나를 놓기 위해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에 그 엄청난 돌더미를 쌓아 올렸다는 사실을 그 좁고 긴 통로를 통과해서 석실 밑바닥에 내려가서야 확인한 우리는 솔직히 허탈감이 왔다. 벽화도, 장식도, 별실도 없이 댕그마니 왕의 시신 하나만을 묻기 위해.

 “……모든 게 이상하니까요. 그 이상한 것이 이곳에선 정상이고요.”

 11년이 지났다는 가이드는 반쯤은 이곳 사람이 된 양, 인샤알라. 그리고는 웃었다. 원이 있었다면 얼마나 또 요설을 늘어놓았을까. ……무덤은 어머니의 배야. 다시 태어나도록 불룩하게 솟아오른 어머니 뱃속에다 죽음을 되돌려 보내거든. 배야 클수록 좋을 밖에. 닭도 쬐그만 건 알도 쬐그맣게 낳잖아? ……불쑥 웃음이 나왔다. 그는 여기 없는데, 다시 우리 곁에 오지 않았을 텐데도 우린 계속해서 그와 같이 지내고 있었다. 연지가 위스키 한 병을 별도로 사 왔다.

 “참새구이 같다. 먹어 봐.”

 껍질과 뼈밖에 없는 듯한, 그래도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그럴 듯 한 ‘하마무 마슈이’ 접시를 연지 앞으로 밀었다.

 “남은 시간은 원이 얘기 않기.”

 틀림없이 용샘골에서 겨울날 저녁 처마에서 원이와 참새 잡아다 구워 먹던 이야기를 꺼낼 듯 싶어 미리 말을 막았지만 사실 요리를 보는 순간 내가 앞서 그 겨울들을 떠올렸다.

 “생각도 않기. 우리 이야기만 하기.”

 어느 순간 불빛 때문이었을까, 연지의 깊고 그윽한 눈이 파랗게 일렁거리며 빛을 내는 듯이 보였다. 모두가 끼리끼리 마셨으므로 위스키 한 병을 우리 두 사람이 마신 셈이 되어버렸다. 너무 갑자기 들이붓듯 마셔댔더니 양쪽 욱신거렸다.



 “왜 애, 안 갖지?”

 기회도 없었지만 쑥스러워 묻지 않았던 질문을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했다. 연지는 의외라는 듯 힐끔 나를 올려다보더니 픽 웃고는 내 귀에다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몰랐어? 나, 애 못 가지는 거. 아는 줄 알았는데…….”

 ……하나만 더 묻자. 나, 입대하던 새벽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용샘골을 왜 그렇게 떠났는지…… 같은 서울에서 우리 두 사람이 더러 차도 마시고 할 수 있었는데 왜 우린 한번도 안 만났는지……

 그러나 그 말들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를 않았다. 항상 원이 곁에 있었고. 그랬다. 우린 늘 셋이 함께였다.

 “오빤 그리스로 해서 어디, 코펜하겐? 우리는 나이로비로 내려가니까 오빠하곤 반대지. 잘못했어. 같은 팀으로 출발할 걸. 하지만 못하겠더라.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는 상관없는데…… 우습니?”



 “우리 호텔 바에서 커피 한 잔씩만 같이 마시고 헤어지자.”

 호텔 정문을 들어서며 그녀가

 “저걸 봐, 어제 밤 그 들개들이 또 왔어.”

 내 팔을 잡았기 때문에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 머리 아파. 자는 게 좋겠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알았어.

 “그럼 룸까지 바래다준다.”

 


 연지가 카드 키를 손잡이 아래의 홈에 밀어 넣었을 때 나는 와락 그녀 어깨를 뒤에서 두 손으로 움켰다.

 놀라 몸을 돌린 그녀. 검은 눈동자 위로 한 자락의 불길이 확 솟아 일렁이더니 급하게 사라졌다.

 “오늘, 우리 속눈썹 깡그리 다 뽑고 말까?”

 “속눈썹을?”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이 있고, 몇 천년 전과 현재가 같이 있고, 이곳에서는 시간이 정지할 수도 거꾸로 흐를 수도 있어. 그렇게 안 느껴?”

 그녀의 아직 모래 바람이 묻어있는 긴 머리칼 속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그래요. 오빠 말이 맞아요. 그녀가 그렇게 대답하듯 턱을 목 쪽으로 끌어내리더니 눈만은 그윽하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 손끝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려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연지는 눈을 감아버렸다.

 “옛날, 나 임신한 적 있었어.”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모르겠어. 그 유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어. 애기를 못 갖게 된 게…… 아주 오래 전 얘기야.”

 카드 키를 꽂아 놓은 채 그녀는 창문 쪽으로 자리를 옮겨 이중으로 되어 있는 창문을 열어 젖혔다.

 “오빠네 그 황구, 집에 들어온 뒤에도 오빠 손도 핥고 싶고, 바짓가랭이 물고 장난도 하고 싶고 그랬을 텐데…… 그래, 황구는 속눈썹을 어떻게 뽑는지를 몰랐던 거야.”

 그녀는 설풋 웃어 보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봐요. 두 시가 넘었네…… 낼 비행기 타려면 좀 자야 해. 가서 자. 아침에 또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황구가 총에 맞았을 때처럼 급격한 두통과 함께 현기가 일어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가 한 손을 흔들며 도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때 열린 창 밖에서 우리 집 울타리를 맴돌며 내던 황구 울음소리를 다시 듣고 있었다. (월간문학,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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