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의 열기

                                                            


 ‘로또’ 복권 열기가 이상 기온처럼 전국을 휘감아드는 것을 본다.

  몇 사람 행운아가 탄생하고, 판매 이익금이 좋은 곳에 쓰인다니 크게 시비할 마음은 없지만 그것이 요행과 사행심으로 변질되어 자살자까지 나왔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몇 십억, 몇 백 억의 요행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사람들을 삭막하게 만드는가.  

  몇 해전 아마존 밀림에 들어갔다가 만났던 그곳 원주민들 모습이 이상하게도 ‘복권 열풍’의 신문 기사 위로 떠올라 온다.

 끼니때가 되면 뜰 채 하나를 들고 나가 두어 번 강물의 수초를 훑어 한끼 먹을 물고기들만 잡아오고, 껍질 빨간 야생 바나나 몇 개, 아무렇게나 주변에 뿌려둔 옥수수를 따오고.....벽이 없이 지붕만 풀로 덮은 집, 졸리면 기둥에 걸쳐놓은 해먹에 올라가 아무 때나 자던 그네들  생활에 대한 기억이 회오리처럼 추억되어 오는 것이다.


  어지간한 여행담은 신기할 것도 없지만 아마존 밀림 속 원주민 인디오들과 악어를 잡아본 분들은 많지 않을 듯 싶다. 아마존에는 식인고기 삐라니아가 우글거린다니까 그놈 생김새도 직접 한번보고 싶고 해서 몇 해전 겨울 단독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L.A에서 멕시코에 들렸다가 아마존 하구의 작은 공항 마누스로 내려갔는데 그때는 그곳에 한국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살고 있지 않았다.

 계절과 밤낮이 정반대에다 삼바 축제가 막 끝난 이상한 열기가 감도는 그 이국 땅 2월의 새벽 두 시. 약속했던 안내인은 그러나 공항에 나타나질 않았다. 예약된 호텔로 찾아갔으나 방 예약은커녕, 빈방조차 없었다. 35도C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의 황당한 새벽, 프론트 한쪽 빈 의자에서 날이 새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아지면서 호텔 앞으로 펼쳐진 거대한 흙탕물의 소용돌이와 수평선을 보고 나서야 상상하던 강의 개념이 바뀌었다. 강에서 보는 수평선. 역시 브라질은 넓고도 거대한 땅이었다.



 이젠 성까지 잊어먹은 그 안내인은 아침을 해결하고 강의 지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배표를 구한 후에야 나타났는데, 그때쯤에는 안내 같은 것이 별 필요가 없었다. 밀림을 찾아온 사람들이 워낙 여러 인종이어서 언어가 쓸모가 없었고, 브라질 어느 곳에서나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따봉. 한 마디로ㅡ 좋은 아침, 기분 좋다, 너, 미인이다, 음식 맛이 최고다......등 등,이 해결되는데다가 정글 속에서 언어라는 것이 쓰일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쯤 강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자 열대 우림의 숲과 강이라는 느낌의 공간이 나왔고, 강 한쪽에 긴 말뚝들을 박고, 나무 중간들을 줄사다리로 연결시켜 통로와 새 둥지 같은 숙소를 만들어 놓은 정글 타워에 도착했다.ㅡARIAO AMAZON TOWER. 식당으로 사용하는 홀 전체가 굵은 철망으로 덮어 씌워져 의아했는데 웬걸, 종류도 각가지인 수십 마리 원숭이들이 금방 몰려 와서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꽤 친해진 녀석들까지 생겼다.

 그곳에서 사흘.

 숲 속 곳곳, 문명하고는 완전 차단된 원시 밀림 속 원주민 인디오들의 삶은 그곳 강이나, 숲의 일부로 동화되어 있었다.

 그날 저녁달이 떠올라 왔을 때 인디오 청년 둘과 작은 쪽배를 타고 강가 수초사이에 엎디어 있다는 새끼 악어를 잡으러 갔었다. 큰 손전등으로 수초 사이를 비치고 다니기 20여분. 팔 길이 정도의 악어가 엎디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셋이 바지를 벗고 우리는 한꺼번에 녀석의 목과 허리와 꼬리 부분을 눌러 덮쳐 배 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그 밀림의 달밤에 한꺼번에 환호성을 지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잡았던 악어를 다시 놓아주었다.

 악어를 잡은 행운으로 새해에는 비가 적당히 내려 야생 바나나와 옥수수가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청년이 내게 손짓으로 설명해 주었다. 



 옷도 형체 뿐, 가슴을 들어낸 젊은 인디오 아기엄마는 젖을 물리면서 작은 뿔피리를 자주 불었다. 영혼 깊은 곳을 긁어대는 듯하던 그 음률이 가끔 떠오르는데, 기념으로 같이 찍은 사진이 지금도 내 연구실 책장에 꽂혀 있어 방문객들은 그 사진을 보고는 꼭 한 번씩 고개를 갸웃하고 나서 내 얼굴을 살피곤 한다...... 내 가족 사진이우. 그러면서 잠시 나는 꿈결처럼 아마존 강 어구의 뿔피리 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이제 젊은 대통령의 새 정부가 시작된다.

 우리들이 삶에서 너무 많은 요행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작은 것에서 즐거움과 희망을 발견하는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금년 봄은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 밀림의 원주민 인디오들이 금년 옥수수가 더 무성하게 자랄 것이라던 그런 소박하던 희망을 우리들 생활에서 조금씩 생각해 볼 필요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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